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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재밌는 사람

by o_neo_ne 2020. 9. 20.

 

나는 재밌는 사람에게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다 주게 된다.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웃긴 사람이 너무 좋다. 성격이 어떻든 말하는 게 재밌으면 푹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는데 자제를 좀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초등학생 때 진짜 웃긴 남자애가 있었다. 키가 작은 애였는데 어떤 얘기를 했는지 당연히 기억은 안나지만 같이 얘기하면서 웃었던 상황들이 생각난다. 졸업하고는 별로 생각도 안 나고 그냥 잊고 살았는데 대학생 땐가 꿈에 한 번 나오더니 그 이후로도 진짜 가끔씩 꿈에 나와서 얘가 나도 모르게 내 첫사랑이었나? 하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뭐하고 사는지 너무 궁금해. 연락은 안 하겠지만 정말 궁금하다.

 

근데 얘가 첫사랑? 뭐 이런건 아닌 게 초등학생 때 학원에 또 엄청 웃긴 남자애가 있었다. 다른 학교 애였는데 학원 수업 전에도 친구들하고 다 같이 놀고, 끝나고 집에 가는 학원차에서도 그렇게 입을 터는데 먼저 내리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얘는 얼굴도 괜찮았어서 인기가 많았을 거 같다. 아닌 척은 했지만(했나?) 얘를 정말 좋아하긴 했는데 왠지 모르게 불편하고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남을 괴롭히거나 일진 같은 건 아니었지만 성격이 그리 좋은 애는 아니었다.

 

중학교는 여중이었다. 중1 때는 반에 까불거리는 피부가 좀 까만 애가 있었는데 어색해하면서도 그애를 좋아해서 시험 때가 되면 친하지도 않은데 초콜릿 사주고 그랬었다. 그럼 옆에서 친구들이 오오~ 이러고. 근데 이건 가벼운 마음이었다. 좋아했지만 대단히 좋아하지는 않은 정도.

 

중2 때 같이 다니던 친구가 진짜 웃겼다. 맨날 눈물 줄줄 흘리면서 웃었었는데. 이 친구는 진짜 눈이 엄청 크고 이쁘고 볼도 통통하고 그림을 정말 잘 그렸었다. 미술시간에 그린 그림 내가 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했었다... 아직도 아쉽. 지금 같으면 돈 주고 살 텐데 그때는 몰랐다. 고등학교를 다른 데로 갔을뿐더러 중3 되고 나서 연락을 잘 안 했기 때문에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모르지만 아직 카톡 친구에는 있다. 신기하게 둘 다 번호를 안 바꿨나 봐. 너무너무 궁금한데 지금은 만나도 관심사도 다를 거고 할 얘기도 별로 없지 않을까.

 

고등학교도 여고였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던 애가 있다. 고1,2때 같은 반이었던 친군데 같이 다니는 친구도 아니었고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다. 근데 진짜 걔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 너무 재밌었다. 그때도 개인적으로 연락은 안 했고 지금도 당연히 그렇지만 마음속에서 제일 친한 친구들 바로 다음이다. 졸업하고 우연히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에 들어갔는데 정말 너무너무 반가웠다. 쓰다 보니 좋아했던 사람들한테 표현을 너무 못한 거 같네. 근데 좋아는 해도 결이 약간씩 안 맞는 사람이 있으니까...

 

대학교 와서 처음 사귄 남자 친구는 재미없어서 헤어지고, 과 후배가 좋다고 따라다니길래 만났었다. 걔랑 걔 친구들이랑 같이 술을 마시는데 웃긴 애가 한 명 있는 거야... 그날은 잘 놀고 말았는데..... 나중에 후배랑 둘이 술 마시다 취해서 그때 재밌었던 걔 부르라고 그렇게 주정을 했다고.... 진짜 쓰레기. 더 쓰레기 같은 건 그 후배 재미없다고 또 헤어지고 좀 지나서 결국 그때 걔를 사귄 거.... 둘이 친구였어서 정말 애매했었다. 얘가 객관적으로 재밌는 애인 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내 코드에 너무 잘 맞아서 오래 사귀었었지. 그리고 더 쓰레기 같은 게 남아있는데.... 대학 졸업하고 할 게 없어서 학원을 다녔었다. 근데 거기에 어린 남자애가 있었는데 걔가 말을 그렇게 잘하는 거야. 태어나서 걔처럼 말 잘하는 애 처음 봤고 지금까지도 본 적 없다. 뭐 당연한 수순으로 홀라당 넘어가서 환승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헤어지고 뭐....

 

트위터에는 웃긴사람이 참 많다. 그래서 헤어 나올 수가 없는데 한번 맘에 들어버리면 안 웃긴 말을 해도 너무 재밌어서 눈물까지 흘리면서 보게 된다. 사실 트위터 재밌는 사람들은 말을 막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진짜 그 사람들이 뭐 하나 올리면 바로 리트윗하고 마음 누르고. 스스로도 과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근데 자석에 철가루 끌려가듯 재밌는 사람에게 애정을 안 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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