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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글쓰기

보건교사 안은영(스포있음)

by o_neo_ne 2020. 10. 2.

 

알록달록한 젤리들을 해치우는 예고편이 재밌어 보여서 기대하던 작품이었다. 처음엔 제목이 '82년생 김지영'과 비슷하고 정유미 배우가 주인공인 것도 같아서 페미니즘 소재의 현실적인 내용인 줄 알았는데 아예 장르가 달라서 신기했다. 이경미 감독의 '미쓰 홍당무'를 대학생 때 봤는데 여기저기서 추천받은 거에 비해 너무 재미가 없어서 보다 말았던 기억이 있다. 근데 안은영을 너무 재밌게 봐서 한번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밀은 없다'도 왓챠 예상 별점 4점이던데 기대가 된다. 

 

 

작년에 친구가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을 추천해서 같은 카톡방에 있던 다른 친구는 읽었는데 나는 안읽고 넘겼었다. 그 많은 저서 중에 한 권도 읽은 게 없는데 보건교사 안은영을 보다가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책을 주문했다. 리커버 특별판인데 표지가 진짜 귀여워서 빨리 받고 싶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한문선생님하고 여학생들은 젤리가 보이지 않는데도 은영의 말을 너무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도움을 준다는 부분인데 원작에서도 그런 건지 확인해봐야겠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차분한 회색빛의 색감이 마음에 든다. 학교가 배경인데 학생들의 생기나 밝은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고 계속해서 보여주는 교장의 액자와 동상, 어두운 지하실때문에 음산한 느낌이 든다. 반면 젤리들은 알록달록 선명한 색이라 더 눈에 띈다. 사람을 해치는 커다란 젤리를 해치우면 작은 하트 모양이 되어 떨어지는데 기존의 저채도와 대비되어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게 느껴진다. 젤리가 사람의 욕망으로 생겨서 그런지 하나하나 강렬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꽤 귀엽고 보는 맛이 있다.

 

묘하고 부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데는 특이한 캐릭터와 연기가 큰 역할을 한다. 한아름 과학선생님, 초등학교 동창 황가영, 옴잡이 혜민이 등 첫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준다. 어색하게 웃는 모습이나 무표정하게 옴을 먹는 모습을 화면 가득 클로즈업 해 대체 이 사람은 뭔데 이렇게 수상하지? 하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특히 여성 캐릭터들이 개성 있고 다양한 모습으로 많이 나와서 좋았다.

 

정유미배우의 안은영 연기도 너무 좋았다. 일반적인 보건선생님의 친절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욕을 하고 다니는데 이게 정말 귀여워 보인다. 항상 무표정으로 툭툭 말하는데 힘들어 욕을 하면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다른 사람을 돕는 걸 보면, 이렇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데도 옆에 사람이 남아있는 이유를 알게 된다.후반에 다치지 말고 유쾌하게 사랑받으며 살라는 강선의 말이 이해되는 연기였다.

 

총 6화인데 한 화에 사건 하나가 아니라 중간쯤에서 한 사건이 끝나면 바로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고 중간쯤 또 다음 화로 넘어가고 하는 식이었다. 딱딱 분리된게 아니라서 에피소드 형식인데 끊어지는 느낌도 안 들고 다음화를 계속 이어서 보게 된다. 한편에 50분 정도라 여러 편 이어 보면 꽤 긴 시간인데 재밌어서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승권이 정신 못차릴때 땀을 왜 저렇게 많이 흘리나 했는데 나중에 학교가 전체가 이상해져 다들 물에 젖은 꼴 일 때야 알게 됐다. 원래 호수였던 터의 기운 때문에 홀렸을 때 물에 빠진 사람처럼 연출한 거였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차별하며 정신 나간 듯 웃을 때나 아라와 래디가 욕하며 치고받고 싸울 때 안 그래도 이상한데 흠뻑 젖은 모습이 기괴한 분위기를 더했던 것 같다.

 

한문 선생님의 아픈 다리도 긴장감을 불어넣는 요소 중에 하나였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은영 뒤에서 혼자 수많은 계단을 끙끙대며 올라가는데 먼저 육체적으로 힘들어 보여 안타깝고, 정신적으로 자신의 무능력함, 낯선 환경에서 혼자 남겨진 불안함, 마음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는 답답함 등을 느꼈을 인표에 공감이 됐다.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심폐소생술 마네킹을 업고 다니는 은영의 모습이었다. 등을 거의 90도로 구부려 누가 봐도 이상한 모습으로 힘들게 옮기는데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게 이상했다. 게다가 한두 번 나온 것도 아니고 반에서 반으로 이동하며 여러 차례 보여줬다. 왜 이런 장면을 넣었을까,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봤는데 사람 모습의 마네킹을 짊어지고 가는 게 십자가를 진 예수의 모습이 떠오른다. 젤리가 보이는, 남들과는 다른 몸으로 태어난 걸 싫어하면서도 그 능력으로 열심히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은영의 일생이 결국 사람을 짊어지고 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힘들어하면서도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걸어가는 게 멋있다. 그냥 인형도 아니고 사람을 구하는 심폐소생술 인형이라는데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가끔씩 등장한 오리는 뭘까? 호수의 기운이 찼을때만 나오는 것도 아닌 거 같고. 의미가 있어 보이는데 잘 모르겠다. 책의 목차를 보니 '오리 선생 한아름'이라는 챕터가 있는데 이것과 관련이 있는 건지는 읽어봐야 알 것 같다. 책 첫 페이지에 작가 싸인과 "우리의 친절이 오염된 세계에 단호히 맞설거예요!" 라는 문구가 쓰여있는데 드라마를 다 보고 읽으니 은영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떠오르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 

 

 

  1화  

첫화에서는 인간의 욕망이 젤리로 보이는 보건교사 안은영과, 온몸에 성스러운 보호막으로 둘러싸인 한문교사 홍인표, 인기 많은 아라, 아라를 좋아하는 승권이 나온다. 은영과 인표는 젤리들이 나오고 있는 지하실에 들어갔다가 압지석을 건드리게 된다. 연못을 막는 돌이라는 압지석에는 학교의 터에 관한 이야기가 쓰여있다. 이곳 호수에 너무 많은 수의 사람이 몸을 던지는 데다, 물고기나 두꺼비 등이 시신을 뜯어먹으며 극성을 부려 관에서 이를 막기 위해 흙으로 못을 메우게 했는데 그 자리가 지금 학교 위치라는 것이다. 그 기운을 눌러주던 압지석을 움직였더니 굉음이 나며 학생들이 실성하고 홀린 듯 옥상으로 올라가 투신하려고 하게 된다.

 

  2화  

아라를 좋아하지만 고백하지 못한 승권도 정신을 못 차리고 투신하려 하는 걸 아라가 겨우 붙들고 있는 와중에 은영이 옥상으로 올라와 장난감 칼로 학생들을 구하려고 한다. 하지만 칼의 능력은 다해가는데 점점 커지는 싱크홀에서 거대한 두꺼비 괴물이 나온다. 비비탄 총으로 공격을 해도 먹히지 않았는데 다친 다리 때문에 뒤늦게 올라온 인표의 손을 잡으니 그 보호막의 능력이 들어와 강력한 한 방으로 젤리를 없애는 데 성공한다. 정신 차린 승권과 아라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건이 마무리되며 바로 다른 등장인물이 나온다.

 

함께 나쁜 짓을 하고 다니는 완수(럭키)와 민우(혼란)는 탯줄 같은 걸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은영의 경험으로 이렇게 연결되어 있으면 누가 죽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끊고 싶어 하고, 이를 친한 언니 화수에게 상담한다. 젤리는 털을 좋아해 따라 하기 때문에 일단 털을 밀어 보기로 한다. 가장 쉬운 머리를 밀어 봤지만 역효과가 나 이런저런 고민 끝에 겨드랑이 털을 묶기로 한다. 은영과 인표, 아라가 묶는 법을 연습하는 중에 둘은 다른 학교에서 죽은 학생의 방석을 훔쳐온다.

 

  3화  

어느 날 훔친 방석에 앉은 완수, 민우와 학생들이 갑자기 울며 정신을 못 차려 은영이 해결하러 반에 들어간다. 죽은 학생 또한 울며 자기 방석을 붙들고 몸집을 불리는데 지켜보던 은영이 결국 칼로 베어 젤리를 없애고 방석 안의 부적을 태운다. 이후 털까지 잘 묶어 탯줄을 없애는데도 성공한다.

 

지형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같은 농구부원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수상한 영어교사 매켄지는 이를 발견하고 도움을 주며 원하는 것 한 가지를 들어준다고 한다. 농구부원의 도를 넘은 경쟁과 견제로 대학 코치 등이 관전하는 친선경기에 못 나가게 된 지형은 매켄지에게 농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씨앗 4개를 받는다. 본인을 괴롭힌 사람에게 몰래 넣어두면 해결될 거라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실행한다.

 

은영은 화수에게 운명의 상대-한문 선생님을 만났다는 얘기를 듣는다. 동시에 강력한 라이벌이 있다고 하는데 학교에서 인표에게 너무 들이대는 매켄지가 수상하다. 화수가 '안전한 행복'에 검색해보니 그 단체의 일원으로 등록이 되어있어 그 또한 인표의 보호막을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농구부원들이 사고를 당해 결국 지형이 경기에 나가는데 매켄지가 선물한 신발을 신고 출전한다. 마지막 덩크슛의 기회에 이끼 같은 젤리들이 점프를 도와주고 이를 은영이 목격한다. 교사 회식 때 매켄지를 붙잡고 인표의 보호막 놔두라고 하지만 매켄지는 캡처해서 팔라며 돈 되는 일을 하라고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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